한국 서울은 정말이지 다양한 외국인을 매우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영어 사용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제2외국어'라고 부르는 프랑스어, 독일어 등 많은 언어권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기에 적합한 곳이다. 덕분에 각종 외국어학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거기서 다루는 외국어 가짓수도 모르긴 몰라도 수십 개는 될 것이다. 프랑스어를 예로 들자면 프랑스 문화원, 그러니까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çaise에서 주로 프랑스어 교육을 담당하는데, 서울엔 이같은 문화원 말고도 한국인 강사들이 수업을 여는 학원들이 여러개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 중에서는 프랑스어가 꽤나 인기 있는 곳이 부산 정도인 것 같다. 부산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시험을 치러 갔다가 그 규모 보고 한 번 놀라고, 시설에 한 번 놀라고. 대구는 그에 비해 작고, 검소(?)하고, 아담(!)하다. 사실 알리앙스나 외국어학원 같은, 프랑스어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이야기 하자면, 지방 중에서도 대구는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했다. 대구엔 프랑스 문화원이 있어서 원어민과 수업이 가능하기는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딱 한번, 경남 어딘가에 사는 분이 대구까지 수업을 들으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놀란 적이 있었다. 오가는 거리와 시간이 못해도 2시간은 걸리는 곳이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을 그렇게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탄했었다. 저 정도 열정이라면 뭐든지 할 사람이겠구나, 하면서.
필자는 프랑스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 내지는 프랑스에 사는 친구들을 꾸준히 사귀어 두었고, 너무나 고맙게도 그들이 현지에서 적응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어 문법과 발음을 계속해서 도와주고, 끊임없이 자신감을 북돋워 주었다. 그리고 프랑스에 오고 나서는 집을 구하는 것부터, 학교 등록, 비싼 슈퍼마켓과 싼 슈퍼마켓,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예절, 어법, 말투, 그리고 악센트, 프랑스인들만 아는 놀러 가기 좋은 곳과 계절 같은 세세한 것들까지 그 친구들이 살뜰히 챙겨주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그건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한 덕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인터넷이 기반이냐, 오프라인이 기반이냐 하는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1. 펜팔 사이트를 찾아 직접 공들여 작성한 프로필을 올려두자.
필자는 펜팔 사이트를 검색해 거기에 프로필을 올려두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는 친구들이 말을 걸어오면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그들 중에는 놀랍게도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고, 한국어를 꽤나 잘 구사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사실 처음 이런 사이트를 사용하게 되면, 프로필을 어떻게 작성할지부터가 고민이 된다. 대개의 한국인들은 직업, 사는 곳, 취미 정도만 적어둔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보다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갈 친구를 만나는 게 힘들다. 그러니 물질적인 것들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두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취미, 그리고 현재 배우는 외국어와 그것을 공부하게 된 계기, 어떤 사람을 찾고 있으며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등. 그런 것들을 적어두면 자연히 다른 사용자로부터 쪽지를 받게 된다. 필자가 사용했던 사이트를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My language exchange.com: https://www.mylanguageexchange.com/
사실 보기에 허접한 사이트처럼 보인다. 이메일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는, 언어 가짓수도 많고, 언어교환에 '진심'인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프로필을 정성껏 작성하고 올려두면, 내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메일을 보내기도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프로필들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일 기반인만큼, 속도감은 느린 편인데, 때문에 대개 여기서 서로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은 다음엔 다른 메신저로 옮겨 가는 것 같다. 요즘엔 빠르게 메세지를 주고받는 것을 선호하지만, 만약 아직 외국어에 익숙치 않아 부담스럽다면, 메일로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다음으로 추천할 사이트는 interpals (https://interpals.net/)인데, 여기는 쪽지를 주고받는 게 보다 자유롭다. 하지만 언어에 진심인 사람들 보다는 데이팅에 주로 관심이 많다는 게 약간의 단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상대방이 누가 됐든 프로필 작성을 좀 더 정성껏 하고, 그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언어 공부를 하면, 지적인 자극을 계속 받게 된다.
2.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대화하라.
일단 프로필을 올려두고 거기서 친구를 사귀게 됐다면, 부담스럽고 힘들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 약속을 정해 음성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엔 프랑스어로 대화하기 1시간'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친구와 시간에 맞춰 대화 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상황에 맞는 어법과 단어 같은 것들을 고민하며 대화에 임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프랑스어는 잘 못하고 영어는 그나마 할 수 있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에 영어로 대화를 계속해서 하면 실력은 사실상 늘지 않는다. 아무리 답답해도, 상대방은 기다려 줄 것이라 믿고 가능한한 프랑스어로 단어를 생각하고, 물어보고, 쉬운 단어로 바꿔가며 말하기를 반복해보자. 그러면 어느샌가 발견할 것이다. 처음엔 말할 수 있었던 프랑스어가 1문장이었다면, 그 다음엔 세 문장, 그 다음엔 열문장 이렇게 늘어간다는 것을. 그런 과정 속에서 말투, 어법,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까지 배울 수 있다.
3. 문법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
말하기도, 쓰기도, 어쨌거나 어법을 아는 한에서 더 유려해지고 풍부해지는 법이다. 친구를 알게 됐고, 그런 친구들과 자신의 외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면, 문법 공부는 스스로의 기초는 물론 자신감까지 다져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문법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과 대화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할 수 있는 표현들이 점점 많아지고, 뉘앙스도 달리 할줄 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법 공부를 하지 않은 채로 대화만 잇는 건 그만큼의 한계를 계속해서 짓는 것이고, 반대로 문법만 하면서 회화를 할 줄 모르는 것도 스스로의 한계를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 나가다 보면, 스스로 문법과 어휘를 써보면서 보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길 수 있게 되고, 이는 자연히 실력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대화와 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혹자는 이렇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말이 없으면 어떡하죠?' 뼛속 깊이 경상도 여자인 필자가 생각하건대, 할말이 없다는 건,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혹은 경상도) 사람들끼리는 절대로 묻지 않는 '잘 지냈니?', '어떻게 지냈니?' 같은 질문하기와 대답하기는, 생각보다 많은 대화거리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그럭저럭' 같은 대답 한마디로 끝내려고 한다. 외국어를 잘 못해서? 부끄러워서? 둘 다 아니다. 그런 식의 대화를 이끌어 가는 대화를 해본적도 없고, 훈련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말 없기로 유명한 경상도 사람이, 말로 시작해서 말로 모든 걸 끝내는 프랑스어를 하는데 당연히 난관이 없을 수야 있나. 이건 언어의 차이라기 보다, 태도의 차이다.
필자는 이를 대비해 매번 일주일에 한 번 회화를 하기로 한 날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을 하나 정하고, 필요한 표현들을 미리 사전으로 찾아서 준비했었다. 그냥 집에서 쉬었더라도 뭘 하면서 쉬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하는 것부터, 정월대보름이나 추석, 설날 같은 명절들을 어떻게 설명할지, 음력과 양력을 우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게 됐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대화를 준비하다보면 자연스레 표현이 늘게 된다. 이때의 대화는, 생각보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아, 현지에 와서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을 때도 꽤 유용하게 쓰였다. 이처럼 생각보다 친구를 만들고 대화를 이어가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그리고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 그것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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