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프랑스어는 제2외국어로 인식된다. 그건 사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영어는 공용어는 아니지만 분명 다른 문화권 속 사람들끼리 의사소통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예컨대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났을 때, 조선시대라면 중국어로 대화했겠지만 지금은 실상 영어로 소통한다. 두 사람 모두 타인의 언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는 전제에서 말이다.이런 상황에선, 프랑스어든 일본어든, 심지어 중국어든 영어 이외의 대부분의 외국어는 제2외국어로 인식된다.
"왜 프랑스어 배우려고?"
필자가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시작했을 때, 흔히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다. 왜 굳이 프랑스어인가. 한국에서 자주 만날 일도 없는 나라 언어를? 굳이? 하지만 필자는 정치학을 공부했고, 그 당시 유엔에서 영어 다음으로 필요한 언어가 프랑스어라는 사실은 대단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유엔에서 일을 하게 되든, 혹은 그 외 다른 곳에서 일을 하게 되든 프랑스어가 한국인에게만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언어 취급을 받지만, 실상은 사용자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때는 그런 의문도 들었다. 왜 프랑스어가 영어 다음으로 중요한 언어로 인식되고 있는 걸까? 단지 사용자 수가 많아서? 그렇게 치면 한국어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중요한 언어니 더 중한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문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 의문들을 가지고 프랑스어를 배우며 논문들을 읽어나간 결과, 사용자 수도 있지만 서양어 중에서는 정확성 면에서 영어와 다른 특성을 띤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 자체가 갖는 문화적 권력 또한 이유가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프랑스어도 잘 한대'
그런 프랑스어의 특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다루겠다. 어쨌거나 그렇게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이유에 대한 질문 이외에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거였다.
"영어 잘하는 사람한테는 프랑스어도 쉽대"
솔직하게 말하건대 프랑스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시기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겐 프랑스어도 쉽다는 말이 유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은 의아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대명사의 모양(나 je 너 tu 그 il... )이나 인칭별 동사 변화(je suis/ tu es/ il est...) 등 영어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언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프랑스어는 라틴어 계열이고, 영어는 로망스어 계열이 아닌가. 때문에 초기에 프랑스어를 배우던 시기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프랑스어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들 대다수가 프랑스어는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고,영어조차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없었다.
단어가 비슷해서 배우기 쉽다는 생각은 오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와 프랑스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면 대개는 '단어가 비슷한 게 많다'는 이유를 든다. 맞기는 하다. 영어나 프랑스어나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프랑스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지금에 이르러서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하고도 일차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프랑스어와 영어를 비교하면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것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영어와 프랑스어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문법적 구조와 문형의 유사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어 문법에서 흔히 동사에 따라 5형식을 문형이 있다는 걸 배우고, 이를 작문과 고급 독해에 적용한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문형 구조 비교
그런데 프랑스어 역시 서양어라는 기본 틀에서 볼 때, 영어의 5형식과 비슷한 문형들을 기본적인 골격으로 가진다. 때문에 영어에서 기본적인 골격을 이해하고, 고급 단계에 접어든 사람에게는 프랑스어의 문형 습득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되는 것이다.이를 간단히 표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영어 | 프랑스어 |
1형식: 주어 + 동사 2형식: 주어 + 동사 + 주격보어 3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 4형식: 주어 + 동사+ 목적어+ 목적격보어 5형식: 주어+ 동사+ 간접목적어 + 직접목적어 |
주어+동사 주어+동사+ 속사 주어+동사+목적어 주어+동사+목적어+목적격속사 주어+동사+직접목적어+간접목적어 |
사실상 같다. 인칭대명사, 인칭별 동사변화, 그리고 목적격대명사의 위치 변화, 관사의 사용 등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는 절대 같은 언어도, 비슷한 언어로도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기본 어순의 골격이 같기 때문에 고급 단계의 독해, 작문을 할 때는 이 기본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급 프랑스어(영어) 독해와 작문을 위해
그러니 비슷하다는 말만 듣고 괜히 영불사전 불영사전 같은 걸 사서 공부하기보다, 자신에게 편한 모국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하되, 중, 고급 단계에서는 영어처럼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읽고 쓸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문법을 보다 정확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극과 극은 통한다던가. 완전히 다른 계열의 언어라 할지라도,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을 이해하면 이를 이해하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은 확연히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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