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들이 말하는 효과적인 어휘 암기방법?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문법과 어휘는 기초 중의 기초다. 그 중에서도 어휘는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벽이 아닐 수 없다. 하나씩 익히면 되지, 같은 생각이 들어 시작하지만, 어떤 때는 도중에 '이걸 언제 다 해'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극복하고 계속 공부한 사람은 결국 그 언어를 '습득'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단어 몇 개 아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렇다면 어휘를 공부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어휘 리스트 암기 방법

사실 '암기식 교육'은 한국만 하는 게 아니다. 유럽권이든 영미권이든, 언어를 가르치는 현장에서는 학습자에게 어휘 리스트를 주고 외우도록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암기식 교육이 사실상 말하기나 쓰기 같은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엄청나게 욕을 먹지만, 실제로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리스트 암기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지.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모두 다 이 과정을 거친다.
 
 

학습 초기에는 암기를 통해 많은 어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다. ...
이 방식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Carter(1998, p.193)

 
사실 이 방법만큼 단기간 내에 빠르게 언어를 늘리도록 해주는 방법도 드물다. 앞 철자만 떼서 외우거나, 모국어의 비슷한 소리와 연결시켜 외우거나, 이미지를 활용해 외우거나 등등 각자 외우는 테크닉은 다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휘 리스트 암기일지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있다. 그건 바로 '예문 확인'. 어휘를 알아도 그게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전혀 이해 못하면 그거야 말로 쓸데없는 목록을 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읽으며 어휘 익히기(맥락 속에서 어휘 익히기)

이 방법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맥락 속에서 어휘를 익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읽기 혁명을 이야기한 크라셴 교수를 위시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학습자의 관심사에 따른 읽기를 많이 하면 자연스레 어휘 습득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이 습득 방법의 장점은 어휘의 활용 방법을 학습자가 의도하지 않게 배우게 되고, 보다 스트레스가 적으며, 자연스러운 언어의 활용 역시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른바 '21세기형 교육'에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말하자면 어휘 리스트 암기가 사람들에게 '구식'으로 이해되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어휘 습득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어휘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맥락 속에서 습득하게 될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이다. 또한 학습자가 주의를 기울여 어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개는 어휘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의미 추론정도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결론: 리스트를 적극 활용하되, 예문과 파생어를 놓치지 말라.

 
그러므로 '단기간 내에 어휘를 습득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어휘 리스트 암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단, 외우는 리스트가 연관성이 있는 단어들이라면 더 좋다. 예를 들어 리스트 주제가 '음식' 또는 '과일' 혹은 '정치', '경제'와 같은 큰 카테고리가 있으면 훨씬 더 쉽게 리스트를 외워나갈 수 있는 말이다. 아울러 한 단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예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 구하는 어휘집들이 대부분 표제어와 그에 따른 예문 하나만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사전을 찾으며 다른 뜻일 경우의 예문도 익혀 나가면 훨씬 좋다. 이렇게 할 경우 외우려고 손으로 쓰거나 억지를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암기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인간의 두뇌는 어렵게 습득한 것일수록 오랫동안 기억한다. 왜냐하면 다시금 습득할 때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어 하나 하나를 사전 속에서 찾으며 그 관련 예문과 파생어를 찾는 습관을 들이는 걸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어휘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남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