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어문법책 추천- 문용, 고급영문법 해설

coccinelle 2023. 1. 13. 02:02

지난번에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문법책을 추천해보려고 한다. 물론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의 간략한 소개를 볼 수 있지만, 사실 공부를 하려고 마음 먹은 이들에게는 앞의 몇 페이지 보는 게 그다지 도움되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단 리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사진 몇장으로는 책이 정말 구입해서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이미 문법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일테니, 그에 대한 강조는 그만두고, 바로 책 내용을 살펴보자.

 

 

세분화된 목차 

먼저 책의 목차를 대략 살피면 알 수 있는데, 문용의 고급 영문법 해설은 각 장과 절이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문법책들이 대개 병렬적으로 장과 절을 나눠서 내용을 간소화 시킨 것을 넘어서, 저자 자신의 기준에 맞게 다시 필요한 내용들이 재배치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사실 책을 살 때 목차를 먼저 꼼꼼히 살피는 편인데, 문법책에서 첫 장과 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책을 썼는지, 그리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어떻게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문용의 고급영문법해설에서는 첫 장이 '동사'고 그 다음 장이 '비정형동사'다. 영문법도 학자에 따라 중요한 것을 먼저 앞 장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저자가 영문법에서 동사를 중시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상세한 문법 용어 해설

목차를 보다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비정형 동사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다른 영문법책과 달리 특히 이 책이 좋은 점은, 다른 문법책들이 거의 설명하지 않는 문법 용어를 해설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2장 '비정형동사'에서 문용은 "정형동사란 주어의 인칭과 수 및 시제에 따라 어형이 변하는 동사를 말하며 비정형동사란 부정사, 동명사, 분사를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친절하게도, 그가 사용하는 문법용어에는 한자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독자가 훨씬 더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고맙긴한데 요즘에 누가 한자를 쓰냐고? 사실 나 역시 한자 교육을 중요시 하지 않던 때에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까막눈에 가깝지만, 고급영문법해설에서 이처럼 병기한 한자어를 살펴보다보면 의외로 문법의 내용과 그 용법까지 파악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는 영문법이 한반도에 도입되던 시기 자체에서 유래한 문제이기도 하다. 대개의 영문법은 일본을 통해 수입되었기에, 지금도 문법용어는 한자어 기반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신문에서도 책에서도 한자를 거의 볼 일이 없는 요즘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실 '전치사' '동사' '분사' 같은 한자어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렇게 병기해준 한자들과 함께 문법 용어에 대한 해설을 읽어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자연스레 문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분사分詞'에서 '분'은 '나눌 분'을 쓴다. 종전의 나는 한자를 생각 않고 문법용어를 마구 사용하다가, 이 책에서 한자어 병기를 보고 난 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눌 분? 이렇게 쉬운 한자였나? 그리고 네이버 백과사전을 보고서야 알았다. 동사에서 갈라져 나와, 형용사처럼 사용하는 걸 두고 분사라고 한다는 걸. 이미 여기까지만 알아도 분사의 원형, 그리고 사용법에 대한 이해는 거의 절반 가까이 한 것이나 다름 없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해설

 

어떤 학습자이든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한국인이므로 한국어로 대개의 외국어를 이해한다. 때문에 간혹 한국어에는 없는 문법이 있으면 대개의 문법서들은 설명을 않거나, 혹은 용례만 간단히 보여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봄이 왔다'를 말할 때 일반동사의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과 현재완료형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급영문법해설에서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이렇게 한국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뉘앙스 차이까지 설명을 세세하게 하고 있다. 대충 뜻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해설일 수 있다. 하지만 영문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에게나, 혹은 보다 고급 영어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뉘앙스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위 설명에서처럼 현재와 과거의 관계,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맥락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놓치고 '대충 뜻만 이해하고' 넘어가다보면 영원히 영어는 외국어로서만 남게 된다. 말하자면 글이든 말이든 풍부한 감정을 담은 것으로 와닿지 않고 그저 어림짐작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문용의 고급영문법해설에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뉘앙스에 대한 부분까지 이렇듯 자세히 설명돼 있기에, 고급 단계의 영어를 체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해설서다.

 

 

최신 언어학의 관점 반영

뿐만이 아니다. '시제'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그리고 '시간'과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상'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 부분이 돋보인다. 대개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당장의 지문 하나를 해석하는 게 급할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용어 하나와 문법적인 관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고급단계로 뛰어넘을 수 있다. 당장의 급한 마음 때문에 문제 풀이에만 급급하지말고, 천천히 관념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려고 노력해보자. 그렇게 할 때 영문법은 물론이고 고급 회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