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초등생 영어 문법/ 어휘 책 추천

coccinelle 2023. 4. 24. 08:43

한국에 잠시 머무르면서 초등학생 영어과외를 부탁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 가끔 파닉스가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고민을 재차하다 결국 수락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무료로 수업을 진행하되, 정해진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킬 것. 과외를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게 된 이상, 시간관념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4월 초부터, 다음달 5월까지 진행해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어쨌든 그렇게 시작한 과외인 이상, 책을 골라야 했다. 영어는 시중에 책 종류가 많고, 교재 개발도 많이 되어 있어서 좋다고 생각들을 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자료가 넘쳐나기 때문에 '무엇을 골라야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프랑스어라면 사실 책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주어진대로 시작하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 입장에서 정보도 없고,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명불허전 초보자 영어문법, Grammar in use

 

Basic grammar in use 구판과 신판

 

 

Grammar in use 는 수준별로 나눠져 있다. 그 중에서도 basic은 영어에 입문하는 사람 누구라도 공부하기가 좋다. 말하자면 '초등학생 문법용 교재'가 아니라, 영어를 시작하고자 하는 누구라도 공부하기 좋다는 말이다. 케임브릿지 대학 출판사에서 교재를 연구해 출판했고, 여전히 유럽에서는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이주자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 책을 교재로 많이 사용한다. 어학원은 물론이고 대학부설 기관에서도 말이다. 설명이 간명하고, 문법을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기술적인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구성했다. 왼쪽편에는 문법 설명이, 오른쪽편에는 연습문제가 배치된 것도 한 눈에 이해하기 쉬운 구성을 돕는다. 

 

 

영어를 어느정도 할줄 아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다. 정확하게 다시 재점검할 때도 보기에 요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 초보가 혼자서 공부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책이었는데, 왜냐하면 원서라 모든 설명이 기본적으로 영어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한국에서는 몇 해 전에 한국어판이 나왔다. 말하자면 한국어판 Grammar in use가 나온 것이다. 

 

구판을 기준으로 번역서를 낸 것이라 그림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내용엔 별 차이가 없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각 예문에 한국어 설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어 문법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책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니 혼자서 공부하려는 초보자라면 한국어판을 사는 것이 좋고, 선생님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원서 신판을 사는 것도 좋다. 덧붙여서, 케임브릿지사에서는 ebook 도 내놨다.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어디서나, 어느 상황에서나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문장과 맥락을 이해하는 어휘 공부, Vocabulary in use

이번 초등생 과외를 시작하면서 약간 고민했던 부분이 어휘책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였다. 시중엔 초등생 영단어 같은 책이 널렸지만, 사실 영어단어만 따로 맥락없이 떼어내서 공부하는 건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 말하자면 명사-동사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부분의 어휘책이 배워야할 표제어를 차례로 제시하고, 그 뜻을 제시하고, 예문을 보여준다. 가장 좋지 않은 책은 내 생각에 A부터 Z까지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고 외우도록 하는 책들인데, 사실 어른이라도 그런 방식의 어휘 습득은 잘 외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활용도도 낮다. 

 

영어단어를 A부터 Z까지 나열한 어휘책의 예

생각해보자. 한국어라도, 도대체 어떤 사람이 가부터 하까지 단어를 생각해가며 외울 것이며, 그걸 실생활에서 사용할 것인가? 이런 식의 교재는 학습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대하고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전혀 하지 않은 채로, 단순히 편집자 편의대로 책을 만든 경우라고 생각된다. 언어란, 맥락과 상황에서 이탈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상황이라는 맥락이 있어야 가장 빠르고 쉬운 언어 습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휘를 공부하는 게 가장 좋을까? 그건 어휘들 간의 관계와 그 활용에 대해 잘 표현한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에 대한 단어를 배운다고 할 경우, 옷의 종류에 대한 단어와 함께 어떤 동사를 사용해야하는지를 적절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Vocabulary in use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먼저 옷에 대한 단어들이 그림과 함께 제시된다. 이어서 '복수형 단어' 목록에서 trousers, jeans 같은 단어를 역시 그림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문장 속에서 어떻게 이 단어들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문을 덧붙이고 있다.

 

My suit is new but these trousers are old. 

 

책을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볼드체로, 어떤 단어는 단수로 취급하고, 어떤 단어는 복수로 취급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옷과 관련된 단어들이 어떤 동사와 함께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You wear clothes but you carry things.

 

말하자면 옷은 wear라는 동사를, 그리고 뭔가를 손에 들 때엔 carry 동사를 사용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덧붙여서 get dressed와 put ~ on 이라는 구동사까지 제시하면서, 실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법까지 보여준다. 

 

이런 맥락과 명사-동사간 관계, 그리고 복수 단수의 문법적 이해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면, 당연히 학습자가 약간만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 노력을 들일 때엔 어휘 공부가 전혀 어렵지 않다.

이 책 역시 ebook이 훨씬 저렴하다. 실물 책은 가격이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책에 비해 훨씬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된다. 무슨 초등 영단어니, 초등어휘니 하는 책들을 이것저것 사면서 돈을 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한 권을 사더라도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 구입하는 게 더 좋을 거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