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사실 프랑스어 어휘 노트 정리법이긴 하지만, 이 방법은 어떤 언어든지 외국어를 학습하는 이들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실제로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영어 강사로도 잠시 일을 했었는데, 이 방법을 가르쳐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 중에 늘 내신 30점이면 족하던 학생이 갑자기 80점을 받아와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돈독한 사이기는 했어도 공부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학생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자신감이 크게 향상되었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데서도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때 깨달았다. 점수보다도, 한 번 자신의 경계를 넘어 능력을 발휘한 사람은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어지는구나. 필자도 지방에서 프랑스어를 혼자 공부하며 고전할 때는 열의는 있었어도 방법을 몰라 애를 먹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공부하는 방법을 배운 후로는, 단기간 내에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물론, 내가 잘 모르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에도 마음껏 두려움없이 뛰어들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갖게 되었다.
보통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대부분 어휘책을 준비해 단어를 공부하게 되는데, 이 때 대부분은 책에 나열된 표제어와 한국어 뜻만 외우려고 한다. 훨씬 간편하고, 단시간 내에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나이가 어릴수록, 그리고 외국어 공부를 한 경험이 부족할 수록 책이 다루는 예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데, 이는 어휘를 배우는 가장 편협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짧은 시간 내에 100개의 단어를 표제어-한국어 뜻 이렇게만 외우고서 그 사용법은 전혀 모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식의 공부는 한국식 선택형 문제(사지선다, 오지선다)를 다루는 시험에선 유리할 수 있을지라도, 외국어를 언어로서 습득하는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 왜냐하면 무지막지한 노력을 들여 암기한 것일지라도 곧 잊어버리게 되고, 학습자는 어떤 지문 속에서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자기가 공부했던 단어인지 확신이 없어진다. 그렇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망각은 인간 두뇌의 가장 자연스러운 기능이고, 이것을 받아들이고 공부에 매진해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학습자가 지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이 많은 단어를 외워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망각을 늦추고, 언어 자체의 느낌을 파악하면서, 나아가 그 어휘의 쓰임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어원 분석을 통한 공부다. 이전 포스팅에서 사전 고르기에서 어원 표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만큼, 어휘 자체에 대한 이해는 어원과 뗄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완벽한 문장으로 구성된 예문은 어휘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기에 언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를 적용해 노트를 작성하며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면 어떤 형식이 되어야 할까.
표제어 : [어원] 한국어 뜻
예문
그런데 이렇게 작성을 하다 보면, 초급이든 중급이든 예문 속에서 자기가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기 마련이다. 이땐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그 예문 아래에 줄을 긋고 들여쓰기 형태로 해당 단어의 뜻과 예문을 어휘책에서 적어 나가면 된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 학습자는 먼저 모르는 단어(prévenir)를 봤다면, 이를 표제어로 노트에 적고 오른쪽에 한국어 뜻을 적는다. 사전을 뒤져 어원[lat. Praevenire < prae(=avant)+venire(=venir)]을 찾아보고, 이를 적어둔다. 반드시 사전처럼 적지 않아도, 본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적어도 된다. 그 이후에 완벽한 문장으로 된 예문(Prévenez mois si vous avez d'autre cas) 을 아래에 적어본다. 사전에 있는 예문을 적을 수도 있겠지만, 간혹 사전은 완벽한 문장이 아니거나, 예문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어휘책에 실린 예문을 찾아 적으면 되겠다. 이 때 만약 이 예문에서 모르는 단어(cas)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다시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어휘책 내에서 찾아 위의 과정을 반복해 적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록 진도가 느리게 나가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어휘를 습득하면서 자연히 어휘가 문어발 식으로 느는 것은 물론,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휘의 일반적인 쓰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필자는 2개 단어 정리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린 적도 허다했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고, 힘들고,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공부했을 때, 처음에는 더디게 진도가 나가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어휘 자체에 대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새로운 단어도 어원 분석을 통해 얻은 기본 지식으로 분석하며 유추해나갈 수 있게 된다.
'프랑스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어 어휘집 추천 (0) | 2022.09.13 |
---|---|
프랑스어 과외 안내 (1) | 2022.09.08 |
샹송-프렌치 팝 추천 (0) | 2022.01.17 |
프랑스어 듣기 공부 사이트-RFI savoirs (0) | 2022.01.03 |
프랑스어 사전(불한사전) 추천 (0) | 202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