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초급영어 리딩교재 Facts & Figures 시리즈

coccinelle 2023. 5. 4. 21:46

최근에 초등생 과외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거다. 교재는 많지만 '좋은 교재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 말하자면 선택의 폭은 넓어졌으나 실제로 영양가 있는 책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은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말이다. 초급 영어 리딩교재로 딱인 Facts & Figures 시리즈가 그렇다.

 

 

Facts & Figures 시리즈

필자가 이 책을 만난 때는 아주 오래 전,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만해도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는 높았어도 원서 교재를 혼자서 사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러 영어교재를 살펴보던 와중에 눈에 띠는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Facts & Figures 시리즈였다. 대단할 것도 없는 디자인에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시리즈가 총 4권이나 된다는 점, 그리고 뭣보다 CNN 비디오가 함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그때 당시엔 CNN에서 영어 관련 교재 편찬 작업에 많이 참여하던 때였고, CNN 발음 따라하기, 자막없이 뉴스보기 같은 게 영어 공부법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때였다.

 

 

 

원서 교재라 내심 걱정하며 책을 펼친 것과는 달리, 시리즈의 1권인 Facts & Figures 는 생각보다 쉬운 문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곁들인 삽화며, 문장의 수준을 볼 때, 원서라 할지라도 초급 수준의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볼 수 있다. 

 

 

 

쉬운 문장, 적당한 길이, 음성파일, 그리고 접근하기 쉬운 주제

초급 영어 리딩 교재로서 Facts & Figures 시리즈의 장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쉬운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2. 음성 파일이 함께 제공된다.

3. 접근하기 쉬운 주제를 다룬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1. 쉬운 문장 구성

중에서도 1권의 장점이라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문장이 쉽다는 것이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문법을 이해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필요한 경우 사전을 사용한다면 거뜬히 해결할 정도의 초급 수준 리딩책이다.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초급 영어 리딩교재를 혼자서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면 자신의 수준에 맞춘 문장의 텍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부를 하다가 쉽게 지치게 되고, 이는 영어를 멀리하게 되는 주 요인이 된다. 

 

 

 

2. 음성파일 제공

요즘은 음성파일을 유튜브에서도 찾아 들을 수 있다.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 특히 초급 영어 학습자의 경우, 리딩 교재를 선택할 때 반드시 듣기 파일이 있는 것으로 함께 해야 한다. 이건 어떤 언어든지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혼자서 공부를 하는데, 쓰여진 텍스트가 어떤 발음으로 소리나는지도 전혀 모르는 채로 문법 위주의 공부만 하게 되면 그야말로 죽은 영어를 공부하게 된다. 반드시 기억하자. 인류 역사에서 문자는 언제나 소리 다음이었다.

 

3. 접근하기 쉬운 주제

책의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facts and figures 는 다양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에 대해 다룬다. 대부분의 초급 영어 교재가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그런 경우는 막상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드물다. 필자는 이 facts and figures 로 혼자서 공부한 뒤, 실제로 뉴질랜드 출신 원어민 교사와 한참이나 즐겁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흥미 위주의 이야깃거리로 공부를 했더라면 뉴질랜드가 어딘지, 그곳에서 유명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길이 없었겠으나, 이런 사실 위주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원어민을 만나도 훨씬 대화의 주제가 풍부해지고 실질적이게 된다.

 

 

 

본문 내용도 중요하지만, 딸린 문제가 더 중요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프랑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보다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거였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건 영어나 프랑스어 같은 외국어를 구사할 때의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직접 혼자서 공부를 하던 학창시절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이 바로 이거다. 좋은 질문을 던져, 초급 영어 학습자로 하여금 사고력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영어 교재들은 단순히 지문 내용을 읽고 이해한 정도를 확인하고, 문법 문제를 곁들이는 식으로 단순화시킨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교재는 단순 내용 확인(문제a)에서부터 어휘의 다양한 활용을 유도하는 질문(문제b) 텍스트의 중심내용을 파악하도록하는 질문(문제 e)까지 다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표현을 통해 자신이 배운 내용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여타의 교재들에 비해서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초급 영어 리딩을 공부하려는 사람, 초등학생, 그리고 영어 원서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 등 누구라도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교재로 facts and figures 시리즈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고전은 그 명성에 못잖은 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