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어떻게 시작할까'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아마도 영어가 생애 첫 외국어일 테고, 그 다음은 자신이 선택하게 된다. 생애 첫 외국어, 그러니까 영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배우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니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고민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왜? 그냥 학원에서, 또는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또는 수업하는 대로 일단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외국어, 그러니까 프랑스어나 독일어, 혹은 일본어 같은 외국어를 배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초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을 돌려보지만, 결국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아마도 책 구입이 아닐까 싶다.
초보들의 실수, 원어민 교사를 찾거나 무턱대고 스피킹 학원을 등록한다
프랑스어를 예로 들어보자. 빵이나 요리에 관심이 있든, 낭만의 도시 파리에 대한 관심이 있든지간에, 프랑스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그렇잖아도 시중에 많지 않은 책들 중에서 '초보' 혹은 '왕초보'라는 레벨에 마음이 쏠리기 쉽다. 어쩌면 이는 당연지사다. 얼핏 듣기로도 프랑스어는 배우기가 어렵고, 완성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겁주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발음은 또 어떤가. 처음 프랑스어를 접하는 사람은 아주 간단한 발음도 쉽게 따라하기가 힘들다. 학원이나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등록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어학연수? 마찬가지다. 완전히 초보인 경우엔 상황이 어디라도 어렵기는 똑같다. 이럴 때 사람들은 유튜브를 찾거나, 프랑스어 원어민 교사를 찾는 실수를 저지른다. 고가의 수업을 들어도 사실 발음을 흉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프랑스어를 처음 가르치는 사람이 원어민이라면, 그렇잖아도 알아듣기 힘든데 그 발음과 문법을 '원어민이 한국인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초보'에 집착하기보다 문법서를 먼저 사라
보통 한국인이 무의식적으로 한국어를 말하고 사용하는 것만큼, 영어를 말하는 미국인도, 프랑스어를 하는 프랑스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언어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습득하도록 해야 가능한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외국어로서의 자국어를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 그 해결은 생각보다 쉽다. 문법이란, 외국인이 한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한 것이다. 요컨대 어느 언어든 간에 문법서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도 외국어를 외국어로 설명하는 실수를 범하지는 말자. 말하자면 이는 프랑스어를 배우겠다며 무턱대고 프랑스 원어민 수업을 등록하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유독 한국인은 영어를 영어로 풀이한 영영 문법서나 영영사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초보에겐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니다. 초보일수록, 그리고 중급과 고급으로 가는 지름길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한국인이 쓴 외국어 문법서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당신이 만약 프랑스어를 배운다면, 한국인 저자의 프랑스어 문법서를 먼저 사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문법서를 골라야 하는가
이때, '초보' 혹은 '초급'이라는 말이 붙은 문법책 보다, 차라리 대학교에서 사용할만한 두꺼운 문법서를 사는 게 좋다. 두껍다는 건 설명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좋은 선생님에게 배운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참고해가며 공부할 문법서는 되도록 설명이 자세한 게 좋다. 혹자는 불필요하고 자질구레한 설명이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혼자서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참고할 책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특이한 용법을 구체적 예시와 함께 보여주는 책이 좋다. 그런 책일수록 초급이나 중급 같은 레벨과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참고할 수 있는 책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초보용, 초급자용 책을 사서 보다 나중에 높은 레벨의 책을 다시금 사는 수고와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나아가, 책을 고를 때는 학습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를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책이 좋다. 프랑스어로 예를 들어보면, 직설법과 접속법은 해석상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어째서 화법을 달리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책들은 사실 문법책으로써 가치가 거의 없다. 접속법이 실제로 어떤 뉘앙스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프랑스인들은 주로 무엇을 표현하는지를 예시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라면 당연히 그 책으로 문법의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다. 또한 '초보'라는 딱지를 붙인 책들이 예문 하나 하나에 한글로 발음 표기를 해놓은 것과는 달리, 두꺼운 문법서들은 혀의 위치, 입술 모양 등을 설명하며 발음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다. 그러니 독학을 하기로 했거나, 혼자서 참고할 서적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법서를 먼저 보자. 그게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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