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발음할 때 보다 정확하게 발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프랑스인 친구를 찾기도 하고, 왕초보 회화 책도 구매해 들어가며 연습도 해본다. 하지만 쉽지 않다. 책에는 문장별로 발음을 한글로 표기해놓고 '따라하기 쉽다'고 하지만, 실제로 하면서도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걸까? 내가 뭔가를 실제로 발음하면 프랑스인은 알아들을까?... 한국인에게는 주로 제2외국어로 시작하게 되는 프랑스어는, 한국인이 사용하지 않는 발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영어에서 사용하는 소리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영어식으로' 발음하다간 상대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프랑스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농담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은 자기 언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그런만큼 프랑스어 발음을 어눌하게 하는 미국인이나 영국인을 종종 개그 소재로 삼을만큼 웃기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프랑스인들의 영어 발음은 세계적 놀림거리지만.)
프랑스어 모음 발음의 조음 위치
프랑스어를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 무작정 초급자용 책을 살펴보는 실수는 제발 하지 말자. 한글로 발음을 모두 표기해놨지만 실제로 그 발음대로 하면 프랑스인은 '틀렸다'며 고치려 들 것이다. 이럴 때 조음도를 활용하자. 언어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조음도는 생각보다 틀린 발음을 고치거나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굉장히 유용하다.
프랑스어 모음만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조음도는,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양 옆에 그려진 입술 모양이 커진다.먼저 간단히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입술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입술을 보다 동그랗게 만든다.
이 두 가지 특징만 먼저 짚어내면, 각 조음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발음들은 어렵지 않게 발음을 해낼 수 있다.
- [ i ]는 '이', [ u ]는 '우', [ a ]와 [ ɑ ]는 모두 '아' 발음이다.
똑같은 '에' 아닌가요? [ e ]와 [ ɛ ]
그렇다면 위 조음도에서 본 발음들 중에서 우리가 흔히 '비슷하다' 혹은 '똑같다'고 표현하는 소리들은 정말로 똑같을까? 한국인이 '애'와 '에'를 면밀히 구분하며 사용하지 않는 것만큼 프랑스어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사실 그 둘은 다르다. 입술을 얼마나 벌리느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음도에서 보는 것처럼, 왼쪽편에 위아래로 위치한 [ e ]와 [ ɛ ]는 입술 모양이 보여주는 것처럼 [ e ]가 조금 작게 입을 벌리고 '에'하는 소리라면, [ ɛ ]는 입술을 조금 더 벌려서 '에' 소리를 낸다. 각각의 발음에 해당하는 단어들의 예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 e ] 예시: été , chez
- [ ɛ ] 예시: près, tête, mer
똑같은 '오' 소리가 아닙니다 [ o ]와 [ ɔ ]
[ o ]와 [ ɔ ]소리 역시 위의 '에'소리가 다른 것처럼, 이들도 분명히 구분되는 소리다. 대개의 외국인들은 뭉뚱그려 비슷하게 '오'발음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프랑스인들이 발음할 때 주의를 기울이고 들어보면, 차이를 두고 발음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챌 수 있다. 조음도에서 보는 것처럼, [ o ]는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분명하게 '오'소리를 낸다면 그 아래 위치한 [ ɔ ]는 입술을 조금 벌려주고 편안하게 '오' 소리를 내주면 된다. 각각에 해당하는 예시를 보자.
- [ o ] 예시: pot, chose, beau, haut, pauvre
- [ ɔ ] 예시: port, sort, joli
위 예시를 통해 발음의 일정한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 o ] 소리는 주로 o나 eau, au, au 철자들이 이런 소리가 난다. 또 '오'소리가 난 다음에 묵음이 되거나, 단음절로 짧은 단어이고, 단어 pauvre [ poːvʀ ] 처럼 장음으로 길게 소리가 난다. 이 경우 입술을 반드시 오므리고 정확하게 '오' 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한편 [ ɔ ] 의 경우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모음 뒤에 다른 자음을 발음해주어야 할 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자음이 따라오기 때문에 입술을 오므린 채 다른 발음을 연이어 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입술을 조금 벌려주고 편안하게 '오' 해줘야 하는 것이다.
외국어 완성의 지름길, 시작은 발음부터
사실 아주 작은 부분이라 하더라도, 외국어를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정확히 짚고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발음이다. 물론 앞선 글에서 계속해서 문법이 보다 중요하고 발음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는 사실 그다지 옳지 않다는 지적을 했었는데, 사실 발음도 음성학이니 문법의 한 부분에 속한다. 내가 말한 건 '발음만' 중요시하는 외국어 공부보다, '발음도' 중요시하는 언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발음'도' 중요하다면 어째서 그렇다는 것일까? 그건,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대로 듣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발음하는 소리가 내게 가장 익숙하고, 따라서 상대방이 발음하는 다른 소리를 들었을 때 나의 발음과 흡사해야 같은 것을 가리킨다고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의자'라고 발음하는 데에 익숙하다가 '이자'라고 하는 발음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초반에는 서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대화의 흐름에 방해가 생긴다. 같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그런 발음에 따른 대화의 장애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외국어는 어떻겠는가. 그러니 외국어 발음을 보다 정확하게 구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외국어 완성의 지름길이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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