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프랑스어 정확하게 발음하기 -모음 2탄

coccinelle 2024. 2. 29. 15:19

지난 포스팅에서 조음도를 참고해가며 프랑스어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가 흔히 '에'로 옮기는 소리, 그리고 '오'로 발음하는 것들은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고,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정확하게 구분해가며 발음한다. 일상적으로 빠르게 말하고 지나가는 구어라도,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그 미묘한 발음에 차이를 둬가며 발음한다. 사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프랑스어에서 모음 [ e ]와 [ ɛ ]는 똑같은 소리가 아니다

프랑스어를 발음할 때 보다 정확하게 발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프랑스인 친구를 찾기도 하고, 왕초보 회화 책도 구매해 들어가며 연습도

pourquoi-pas.tistory.com

 

 

지난 포스팅에서 비교적 한국인들이 따라하기 쉬운 모음이면서 미묘한 차이를 지닌 프랑스어 모음들을 알아봤다면, 이제는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난관으로 자리잡은 어려운 모음들에 대해 살펴보자. 

 

 

 

 

 

'나는 행복해요' heureux 발음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걸까

영어로는 아임 해피I'm happy 하면 되는 이 간단한 문장을, 프랑스어로 발음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Je suis heureux.

나는 행복해요.

 

영어처럼 입술로 내는 소리가 없고, 전부 다 혀의 위치를 잘 조정해서 내야하는 소리에다가 심지어 R 발음까지. 그렇다. 나는 행복해요 je suis heureux (또는 여자의 경우 heureuse)를 발음하려면 어렵다. 하지만 프랑스어 발음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하는 건 사실 R 발음보다도 [ œ] 와 [ ø]에 있다. 

방리유banlieue, 들뢰즈Deleuze, 리슐리외Richelieu, 뵈프 부르기뇽Bœuf bourguignon 같은 이름들을 프랑스에 가서 아는대로 발음하면 대개는 못 알아 듣는다. 사실 멀리 프랑스까지 갈 것도 없다. 한국에서 프랑스 철학자, 프랑스 요리 이름을 책이나 기사에서 읽다보면 사뭇 궁금하다. 누구는 '방리유' 누구는 '방리외', 도대체 어느 게 맞는 걸까. 이렇게 프랑스어 표기가 난감한 건,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 œ] 와 [ ø] 발음이 한국어엔 없는 발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번 더 조음도를 살펴보자.

 

 

 

[ œ ] 와 [ ø ]는 '외' 발음이 아니다 

처음 외국어를 접할 때, 특히나 발음을 배울 때 아무리 어렵더라도 원어민 수업을 찾는 등의 수고를 하기 보다, 차라리 문법책을 보는 것이 낫다는 것은 줄곧 강조해 왔다. 실상 발음도 문법의 한 부분인 음성학에 해당하는 것이고, 때문에 발음을 어떻게 하면 '원어민과 비슷하게' 할 수 있는지를 문법책들은 알파벳부터 발음기호 하나하나까지 다룬다. 여기서 그렇다면 프랑스어 모음 발음 중 주로 [ œ ] 와 [ ø ]가 어떻게 소리나는지 한국어 설명을 살펴보자.

 

 [ œ ] 발음은 입술은 [ ɔ ], 혀는 [ ɛ ] 위치로 놓고 발음하며, 우리말의 '외'와 '어'를 단일화시켜 좀 더 입을 열고 발음한 것 비슷하다. 입안을 열고 입술은 앞으로 내밀며 발음한다.

[ ø ] 발음은 입술은 [ o ], 혀는 [ e ]위치에 놓고 발음하며, 우리말의 '의'와 '으'를 단일화시켜 입을 닫고 발음한 것과 비슷하다. 입 안은 비좁게 입술은 내밀며 발음한다.

 -「표준프랑스어문법」

 

이 설명을 쉽게 풀어서 말하면,  œ ] 는 입술은 '어'를 발음할 때처럼 벌리고, 그 상태에서 혀는 '에' 발음할 때로 두라는 것이다. 위 조음도에서 보는 것처럼  불어의 neuf 를 발음할 때 나는 소리다. 이에 비해 ø ] 발음은 입술을 좀 더 작게 [ o ] '오'로 동그랗게 만들고, 혀는 [ e ] '애' 발음 위치에 둔다. 위 조음도에서 예를 든 것처럼, bleu를 발음할 때 나는 소리다. 비슷한 소리처럼 생각될지는 몰라도, neuf 는 확실히 조금 더 입을 벌려서 내고, bleu는 입을 상대적으로 작게 벌려 소리 낸다. 

 

 

 

한국어 '에'와 '애' 혀 위치는 어떻게 다를까

저렇게 설명을 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위해 한국어 '에'발음과 '애'발음의 혀 위치를 좀 더 자세히 제시해본다. 우리가 흔히 '에'와 '애'가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혀가 어떻게 자리잡고 발음을 내는지 아래 사진을 살펴보자.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47」

 

조금은 감이 오는가?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어 '에' 발음할 때처럼 혀를 두고, 입술을 '어'로 벌려 소리를 내면 프랑스어의 [ œ ] 소리다. 한편 위 그림의 한국어 발음 '애'를 발음할 때처럼 혀를 두고, 입술은 '오'로 오므려 발음하면 프랑스어의  [ ø ] 소리가 되는 것이다. 

 

 

heureux 는 [ œ ] 와 [ ø ]를 모두 사용해 발음한다

자, 위에서 설명한 발음들을 차근 차근 따라왔다면, 이제 대망의 heureux 를 다시 정확하게 발음해볼 차례다. 네이버 프랑스어 사전에서 heureux를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heureux [ œʀø ]

1. 행복한 2.만족한 3.행운이 따르는

 

 

앞에 'heu' 부분까지는 입술은 '어', 혀 위치는 '에' 발음할 때 처럼 약간 높이 두고 발음하고, 

뒤에 reux 부분을 발음할 때는 입술은 '오' 모양으로 오므리고 '애' 발음할 때처럼 혀 위치를 낮게 두고 발음한다.

쉽게 말해서 둘 다 eu로 똑같은 모음으로 철자를 쓰지만, 발음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프랑스어에서 묵음인 h 다음에 오는 것도 eu, r 다음에 오는 모음도 eu 로 단어 '행복한' heureux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그건 발음의 편의를 위해서다. 프랑스어에서는 단어의 마지막 자음은 주로 묵음 처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뒷쪽에 eu는 좀 더 작게 입을 벌려 발음을 해주어도 무방하지만, 앞부분에 위치한 eu의 경우 바로 뒤에 따라오는 r 때문에 입을 작게 벌려서는 발음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귀찮더라도 사전에서 발음은 매번 확인하자

발음을 잘 하는 방법을 물으면 사람들은 '많이 들으라' 아니면 '많이 발음해봐라'고 충고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발음을 아무리 열심히 듣고, 또 따라해봐도 사실상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 한국어로 설명한 프랑스어의 발음들처럼, 최대한 입 모양과 혀 위치에 신경을 쓰면서 발음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빨리 정확한 발음에 도달할 수 있다. 연습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