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경계에서

성인이 돼서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

coccinelle 2021. 11. 28. 01:02

 

'내가 프랑스어 3년을 공부했는데 안 되더라.'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나중엔 거기 가서 연구하고 싶다고 그랬더니 영어교사인 이모가 한 말이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그렇게 3년을 공부했는데도 늘지가 않더라는 말을 했더랬다. 이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했더니, 다른 과목도 아니고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그런 소리를 했냐며 의아한 반응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같은 곳에선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뭐, 거기는 영어 외엔 다른 외국어는 그냥 '취미'로 하는 것 정도니까 말이다.

 

나같은 경우, 영어는 여느 한국인들처럼 어렸을 때 시작했지만, 프랑스어는 대학 들어가서 배우기 시작했으니 성인이 돼서 배우기 시작한 경우다. 3년을 배워서도 안 되더란 조소를 들으며 시작했던만큼, 배우는 건 지난하고 길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시 처음부터 공부했고, 한국에서 능력시험을 통과하고 곧장 프랑스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오기 전에는 정말 간절하게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알리앙스 프랑세즈에도 갔고, 프랑스인과 회화 수업을 한다는 스터디 그룹에도 등록해봤고, 지방에 살았던지라 프랑스어권에서 대구로 유학온 친구들을 수소문하기도 했었다. 물론 한국인 강사가 하는 학원도 가봤고. 내 생각에 서울을 제외하고 프랑스어 공부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곳은 부산 정도인 것 같은데, 그건 알리앙스 프랑세즈 사무실만 가봐도 그 규모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대구는 그에 비해 규모도 작고, 수업도 학생 수가 적정 수가 되지 않으면 폐강 되기 일쑤였고. 

 

그러나 그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외국어를 성인이 돼서 공부하는 게 '어렵다'는 인식과 싸우는 일이었던 것 같다.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미친듯이 암기하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하는 그 인식들, 그리고 수많은 '시험'을 위한 수업이 필요한 사람들 틈에서 '언어'를 공부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 도전이었다. 냉소를 던졌던 이모 포함 가족, 친구, 그리고 대학원 지도교수까지 생각하면 그런 인식은 한국사회에서 대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들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스스로가 느낀 한계가 얼마나 큰지 느낀 것이기 때문이리라. 프랑스어뿐만이 아니라 한국어를 이주노동자들에게 가르치면서, 그리고 프랑스어 과외를 하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한국어를 외국어처럼 공부해야하는 청각장애인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나는 적지 않게 언어에 대해 느낀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